물불게임하던 K-장녀의 인생영화는 <엘리멘탈>로 갱신합니다
나만 생각나? 물불게임?
보고 싶었던 영화를 주말에 봤다. 요즘 주변에서 너도나도 보고 있는 <엘리멘탈>. 이 영화가 보고 싶었던 이유는 좋은 평가도 있었지만 어렸을 적(사실 그렇게 어릴 때도 아니다...) 동생과 집에서 한 컴퓨터로 했던 '물불게임' 때문이다. 영어로도 <Fire Boy, Water Girl>이었던 것 같다. 서로 협동을 해야하는 게임인만큼 각자의 물불의 특성을 이용해서 게임을 깨야한다. 비록 성별이 바뀌기는 했지만 내가 <엘리멘탈>을 보고 물불게임을 기억한 건 당연했다. 동생도 생각이 난다고 했다.
영화의 배경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하여튼 '엘리멘탈'이라는 단어를 한글로 봤을 때는 이게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영어 단어를 보니 '원소(element)'라는 뜻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엘리멘탈 시티에는 4가지의 원소가 공존해서 살아간다: 물, 불, 공기, 토양.
고등학교 때 순도 100% 문과생이었던 나는 '윤리와 사상'을 선택 사회 과목으로 들었었는데, 그 때 잠깐 배웠던 플라톤의 사원소설이 생각났다. 모든 물질은 물, 불, 공기,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이다. 고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은 물, 불, 공기, 흙을 이루는 입자가 아주 작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 극본 작가님도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 때 이런 내용을 수업 받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영화는 이런 재미있는 가정으로 출발하며 이런 원소들이 사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딘가 인간의 현대문명을 닮아있는 것 같으면서도 상상력이 통통 튀는 부분들이 있다. 영화를 보는내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고 온 마냥 몽글몽글한 기분을 느낀 채 극도로 잘 만든 이 애니메이션을 감상했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
&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메시지
이 영화는 단순 주인공인 '앰버'와 '웨이드'의 불가능해보이는 사랑 이야기만 담겨 있지는 않는다. 앰버의 부모님이 자신들이 살았던 고향을 떠나 이주를 하고 이주민으로서 고통을 겪었던 일, 이런 희생이 담긴 부모의 사랑에 K-장녀가 느끼는 책임감(실제로 감독은 한국계 분이라고 한다), 주어진 삶과 자신이 원하는 삶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앰버의 진로 고민 등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어떻게 이 영화 하나에 이런 다양한 주제들이 녹아들 수 있는 지 신기했다.
영화의 끝에서 앰버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본인이 뭘 원하는지 인정하고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폭주하지 않는다. 이런 영화는 항상 해피엔딩이라서 너무 좋다. 내 인생도 이렇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앰버와 웨이드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는데, 그 모습은 너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과 닮아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조건들로 인해 결국에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아 때때로 속상해진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앰버와 웨이드가 비슷한 온도로 서로를 달궈주고 식혀주면 그들은 소멸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게 된다. 부디 우리에도 이런 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길. 앰버처럼 나도 지혜롭게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길.
올해 다시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난 아마 주저없이 이 영화, <엘리멘탈>을 선택할 것 같다:)
혹시 <엘리멘탈>을 볼 지 말 지 고민하는 분이라면 지금 당장 영화표를 끊을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