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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일기/책 읽고 생각해봅니다

부산여행에서 읽은 책 <음식의 말들>과 본 영화 <오토라는 남자>

주먹토끼 2023. 8. 7. 21:54

이번 부산 여행은 말도 안 되게 무더웠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여정동안 폭염경보 알림을 하루에 두세 번은 족히 받은 듯하다. 그래서 덕분에 실내 활동을 많이 하게 됐다. 전시는 못해도 5군데는 다녀온 것 같고, 카페에서 책도 읽고, 숙소에서 이재모 피자를 시켜 먹으며 넷플릭스 영화도 봤다.

<음식의 말들>

기장의 한 대형카페, 코랄라니에사 읽은 <음식의 말들>

푸드 에세이와 정보성 글 그 중간 쯤 어디에 있는 듯한 <음식의 말들>. 인용구절 하나당 에세이 하나. 이렇게 총 100개의 인용구와 100개의 에세이가 담겨 있는 책이다. 유유출판의 문장 시리즈 중 신작인데 꽤 매력 있다. 다른 시리즈 책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에세이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을 남겨보고 싶다.

너무 꽉 차서 무엇 하나도 넣을 수 없는 상태보다 모자란 듯하지 만 취향대로 하나둘 더해서 원하는 맛으로 완성할 수 있는 편이 더 즐겁다.
사람도, 음식도, 빵도 담백한 것이 좋다. 질리지 않고 오래 도록 즐길 수 있도록.

작가처럼 나도 빵 중에서는 식사빵을 가장 좋아한다. 누구는 버터리한 크루아상을, 누구는 초콜릿이 든 뺑오쇼콜라를 더 좋아하고 나도 가끔은 먼저 찾는 빵이기는 하지만 나는 언제나 먹어도 부담 없는 담백한 빵을 좋아한다. 실제로 내 아침 식사로는 토스트가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가성비를 따지자면 쿠팡 식빵이 베스트, 하지만 가끔 사치 아닌 사치를 부린다면 바게트나 치아바타를 사서 주말 아침부터 신나게 에어프라이어기를 돌린다. 내가 이런 식사빵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이유가 작가랑 같다. 아침에 매일 구어도 질리지 않고 활용도가 높다. 간단하게 잼을 발라먹기에도(요즘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버터+프랑스 밤잼이다), 치즈를 올리기에도, 훌륭한 단백질원이 되어주는 계란과 함께 해도, 수프에 찍어먹어도 된다.

부산 브런치 카페, 모아 미뇽에서 먹은 크루아상 샌드위치


이번 부산 여행에서 하루는 브런치를 먹었다. 평소에는 잘 먹지 않지만 여행와서의 특별식이라는 명목하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던 크루아상 샌드위치를 택했다. (물론 다른 식사빵 샌드위치가 있었으면 그걸 선택했을 것 같기는 하다. 내가 갔던 브런치 식당에서는 종류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아마 별 고민 없이 특별식으로 크루아상 샌드위치를 택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는 내가 담백한 빵과 함께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케이크는 이제 일상의 디저트지만 감사를 전할 때, 축하할 때, 위로하고 싶을 때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 하는 감정이 무르익었다고 느낄 때, 케이크를 굽고 싶어진다. 내 안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자꾸만 달디단 케이크를 굽는다.

베이킹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인데, 정량화되어 있는 레시피만 따라해도 얼추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베이킹을 하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구운 케이크나 쿠키를 누군가와 나눠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함을 느껴서인 것 같다. 나 역시 누군가의 생일을 위해 케이크를 여러 번 구워봤기 때문에 이 느낌을 안다. 그래서 앞으로도 종종 베이킹을 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무더운 날씨 때문에 주방 자체를 잘 가지는 않지만ㅎ)


< 오토라는 남자 >

직장동료가 넷플릭스에서 <오토라는 남자>를 재미있게 보고 원작이 궁금해서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기억이 나서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 책의 앞부분만 읽었던 적이 있다. 심지어 이 영화의 앞부분만 시청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이 책도 영화도 나는 끝내 다 보지 못했었다. 이번에 영화를 관람할 때는 달랐다. 나는 이 영화를 온전히 받아들일 나이가 된 것 같다.

영화를 보며 먹었던 이재모 피자, 치즈가 정말 맛있다.

이 영화를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젊은 시절의 행복.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늙는 것에 대해서. 그럼에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죽음. 잔잔하다고 하면 꽤 잔잔하지만 꽤 여러 에피소드가 얽혀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의 여운을 잊을 수 없다. 나 역시도 책의 원작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의 원작은 <오베라는 남자>로 꽤나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책으로 기억해서 중고서점을 잘 뒤져보면 한 권쯤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